우리가 어른 되면
권태응
우리가 어서 자라
어른 되면은
지금 어른 부끄럽게
만들 터예요.
같은 형제 동포끼리
총칼질커녕
서로 모두 정다웁게
살아갈래요.
지금 어른 부러웁게
해놀 터예요.
38선 없애 치고
삼천만 겨레
세계 각국 겨누며
뻗어 갈래요.
(1949)
북쪽 동무들
북쪽 동무들아
어찌 지내니 ?
겨울도 한 발 먼저
찾아왔겠지.
먹고 입는 걱정들은
하지 않니 ?
즐겁게 공부하고
잘들 노니 ?
너희들도 우리가
궁금할 테지.
삼팔선 그놈 땜에
갑갑하구나.
(1948)
휘파람
늘 듣는 저 곡조
휘파람이 신나요.
공장에 간 언니가
불며 불며 오누나.
신나는 저 곡조
나도 따라 휘파람.
행길까지 마아중
불며 불며 나가요.
가을 새벽
고요한 새벽 하늘
울리는 소리……
어서 밤이 새라고, 닭들 꼬끼오.
먼 길 손님 타라고,기차 삐익삑.
부지런한 타작꾼 기계 타알탈.
고개 숙이고 오니까
다 저녁 때 배고파서
고개 숙이고 오니까,
들판으로 나가던 언니가 보고
"얘, 너 선생님께
걱정 들었구나."
동네 샘 앞에서 누나가 보고
"얘, 너 동무하고
쌈했구나."
삽작문 밖에서 아버지가 보고
"얘, 너 어디가
아픈가 보구나."
붴에서 밥짓던 어머니가 보고
"얘, 너 몹시도
시장한가 보구나."
(1947~1948)
엄마 손
엄마 손은 잠손
잠이 오는 손.
토닥토닥 아기 이불
두드리면은
솔 솔 눈이 감기며
잠이 들고.
엄마 손은 약손
병이낫는손.
살근살근 아기 배를
문지르면은
아픈 배가 쑥 쑥
이내 낫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