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원형 자체와는 직접적으로 대면할 수 없으며 단지 간접적으로 대면할 수 있을 뿐이다.~
원형 자체가 의식에 의해 건드려질 때 그것은 낮은 생물학적 차원에서 자신을 드러내어 예를 들어 본능의 표현으로서 혹은 본능적인 역동성의 형태를 띠거나, 아니면 이미지나 관념 같은 높은 정신적 차원에서 드러낸다. ~
원형은 '지금 여기'라는 시간과 공간에 자신을 드러낼 때 비로소 의식적인 마음에 일정한 형태로 지각된다. 이렇게 원형이 자신을 구체적으로 현현한 것이 바로 상징(Sinnbild, symbole)이다. 따라서 모든 상징은 원형에 참여한다. 그것은 지각될 수 없는 원형 자체에 의해 결정된다. 달리말해 상징이 상징으로서 출현하기 위해서는 원형적인 토대(an ar-chetypal ground plan)을 가져야 한다. 원형이 상징과 동일시 되는 것은 아니다. ~
상징은 결코 전적으로 추상적일수 없고, 육화(肉化)되게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원형적 본성에 대한 관련성, 상황 또는 관념은 아무리 추상적일지라도 정신(Psyche)에 의해 특유의 형태, 모습, 이미지, 대상으로 시각화되거나-이는 인간이나 동식물의 형태로 구상화될 수도 있고 원, 입방체, 십자가, 구형 등으로 추상화될 수도 있다.- 또는 최소한 이미지 혹은 그림의 연속체로 표상되기 쉬운 사상(事象)으로 표현된다.
~ 융은 상징을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거나 조재하는 것으로 상정되는 사실을 가능한 한 최손의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상징은 의식이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없는 어떤 불분명한 것, 알려져 있지 않은 것, 숨겨져 있는 것을 간접적으로 이미지를 통해 드러내는 수단이다. 상징은 이미지를 통해서 우리의 이성적 인식을 초월해 있는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 상징은 알려져 있지 않거나 포착하기 어려운, 결코 완전히 정의할 수 없는 시레를 지칭하는 것이다."~
우리는 완전히 정의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이러한 개념을 표상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상징적인 용어를 사용한다.
~
융에게 상징이란 어떤 사물의 의미를 남김없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
아직 온전히 알려져 있지 않은 의미를 이미지를 사용하여 최선의 방법으로 표현하고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명되지 못한 의미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상징의 특징이다. 만일 우리가 어떤 상징을 온전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상징은 이미 생동성을 잃은 것이다.
상징에는 이미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에너지도 담겨져 있다. 융은 우리가 원형에서 느낄 수 있는 누미노제(신성한 힘)을 상징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음을 역설한다.
송태현, 카를 구스타프 융의 원형 개념, 인문콘텐츠 제 6호, 2005.12. p2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