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시에르의 환상의 시학은 이러한 주제들 이면의 구조에 직접적인 관심을 보인다. 불가능성의 제시는 그 자체로 급진적인 행위이다. 텍스트는 독자가 이탈된 서사형식에 의해 방해받는 경우에만 전복한다.
베시에르가 이해하고 있듯이 환상적인 것은 폐쇄적일 수 없다. 환상성은 닫힌 체계 내부에 있으면서, 통일체라고 간주되어 왔던 공간에 침임하여 그 공간을 개방한다. 환상적인 것의 불가능성은 가능한 것 또는 알려진 것 뒤에 잠재하고 있는 '다른' 의미들 또는 리얼리티를 제안한다.
로지잭슨(2001), 환상성 전복의 문학, 문학동네, p36
불가능한 것은 다의미polysemic의 영역이자 또 다른 의미, 즉 말해질 수 없는 의미를 기입하는 영역이다. 이 의미는 양가성 ambivalence에 기반한 놀이로부터 나온 상대화 과정에 의해 산출된다. 환상은 반대되는 것들 위에 구조화된 서사이기에 한계들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특별히 '실재적'인 것의 가장자리를 가리키는 것 속에서 드러난다.(베시에르, 62쪽)
환상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함을 제시하면서, 존재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문화의 제한을 드러낸다. 요건대 환상은 문화의 인식론적이고 존재론적인 틀의 환계를 추적하는 것이다.
로지잭슨(2001), 환상성 전복의 문학, 문학동네, p37
'존재'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한정과 존재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이미지들은 커다란 역사적 변화를 겪는다. 세속화되지 않은 사회는 '리얼리티'를 구성하는 것에 관하여 세속적 문화와는 다른 믿음을 지니고 있다. 타자성의 제시는 서로 다르게 상상되고 해석된다.~
로지잭슨(2001), 환상성 전복의 문학, 문학동네, p37
타자성~ 그것은 단지 인간의 공포와 주관적 지각을 통해 세계를 변형하려는 욕망의 투사로 읽힌다. 어떠한 질서가 '경이'라고 부르는 허구를 생산한다면, 또다른 질서는 '기괴uncanny' 또는 '기이함strange'을 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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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소설 이후로 경이로운 것에서부터 기괴한 것에 이르는 점진적인 전이 과정이 나타난다. 고딕적 공포의 역사는 공포가 점진적으로 내면화되고 공포를 자아에 의해 산출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로지잭슨(2001), 환상성 전복의 문학, 문학동네, p38
환상적인 것은 그 존재에 대해 명명할 수 도 없고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도 없는 영역으로 개방된다. 그것은 해석을 넘어서는 사건들을 제시한다. 베시에르가 토도로프의 도식을 확장시키면서 기술했듯이, "환상적 서사는 이성의 한계들에 대한 상상적 경험을 전사(轉寫)하는 것으로 제시된다. 환상적 서사는 그 전제가 지닌 지적인 오류들을 비자연적인 또는 초자연적인 것의 가설과 관련시킨다." 그리고 그것은 점차적으로 어떤 지점, 즉 비자연적이거나 초자연적인 가설이 지탱할 수 없게 되어 환상이 "자연적인 경제에서도 초자연적인 경제에서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을 끌어들이게 되는 지점으로 접근해간다.
로지잭슨(2001), 환상성 전복의 문학, 문학동네, p39
토도로프는 솔로비요프의 정의가 환상성에 접근하는 데 보다 엄격하고도 광범위한 방법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보았다. '기이한'사건들을 끌어들이는 이야기는 그 기이함에 대한 내적인 설명을 허용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은 유사한 방식으로 독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토도로프에 따르면 순수하게 환상적인 텍스트는 주인공과 독자가 어쩔 수 없이 머뭇거리도록 만든다. 그들은 묘사되는 낯선 사건들을 받아들일 수도 없지만, 그것들을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간주하고 배제해버릴 수도 없다.
로지잭슨(2001), 환상성 전복의 문학, 문학동네, p42
토도로프는 이러한 머뭇거림의 체계적인 삽입 또는 기입이야말로 환상성을 규정짓는 핵심요소라고 주장한다.
환상성은 세 가지 조건들이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첫째, 텍스트는 독자가 인물들의 세계를 살아 있는 사람들의 세계로 여기도록 하고, 기술된 사건들에 대해 자연적인 설명과 초자연적인 설명 사이에서 머뭇거리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이러한 머뭇거림은 또한 인물에 의해 경험될 수 있다. 그래서 독자의 역할은 한 인물에게 위탁된다. (......)머뭇거림은 재현되고, 그것은 작품의 주제들 중 하나가 된다. 셋째, 독자는 그 텍스트에 관하여 어떤 특정한 태도를 취해야만 한다. 그는 '시적인' 해석뿐만 아니라 알레고리적인 해석도 거부하게 될 것이다.
로지잭슨(2001), 환상성 전복의 문학, 문학동네, p43
환상적인 서사는 그것이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단언하면서도 -이를 위해 사실주의적 소설의 모든 관습에 의존한다-, 명백하게 비사실적인 것을 도입함으로써 사실주의의 전제들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것은 독자를 잘 알려진 일상 세계의 친숙성과 안정성으로부터 끌어내어, 보다 낯선 어떤 것, 일반적으로 경이로운 것과 관련된 영역에 더 가까운 비개연성의 세계로 이동시킨다. 서술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해서 주인고보다 더 명료하게 알고 있지 못하다.
로지잭슨(2001), 환상성 전복의 문학, 문학동네, p50-51